향 기 박 종 태
지하도 안에
소독차 연기 먼지 가득
행인 모두 핸드폰 액정에 잡혀 있고
지하도 블록 틈에 자리잡은 초록 풀잎 하나
내 눈에 초록색 잡혔다
먼지속 초록 풀꽃 꿈
지하도 초록 풀꽃이 꿈꾸는 나비
초록향기 가득 담은 먼지
향기는 피우는게 아니고
향기는 나는 것
액정안 먼지가 초록으로 물들었다.
향기나는 초록
그대. 향기 나는가?

틈에서 피어난 힘 박 종 태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사이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작은 틈.
비와 바람이 지나가고
수많은 발걸음이 밟고 지나간 자리에서
연둣빛 새싹 하나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돌보다 약한 몸으로
돌보다 강한 의지를 품고,
어둠 속 흙 한 줌을 붙들고
긴 겨울을 견디며
마침내 세상 밖으로
작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잡초라 부르지만
나는 그 안에서
생명의 오래된 약속을 본다.
막혀 있는 길에서도 길을 찾고,
닫혀 있는 세상에서도 빛을 향해 가는
자연의 침묵한 선언을 본다.
아스팔트는 단단했지만
새싹의 꿈을 막을 수 없었고,
보도블록은 무거웠지만
생명의 숨결을 가둘 수 없었다.
그 작은 틈에서
나는 배운다.
인생도 그러하다고.
거친 현실이 덮어도,
수많은 실패가 짓눌러도,
가슴속 희망의 씨앗 하나 살아 있다면
언젠가 우리는
아스팔트를 밀어 올린 새싹처럼
자신만의 봄을 향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은 늘
가장 강한 자가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는 생명에게
길을 내어 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