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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garia!/도브레 미스터팍

내 안에는 아직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by KBEP 2026. 9. 23.

 

 

65세가 되어 제 인생을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부모님에게 무엇을 물려받았을까?

재산이나 물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제 몸과 마음속에 자리 잡은 삶의 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제 아버지는 엄격하셨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 엄격함이 좋기만 했을 리 없습니다. 아버지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제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사업가가 되어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제 안에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한번 시작한 일은 어떻게든 책임지려고 하는 것, 힘든 상황에서도 버텨내는 것.

돌이켜보면 저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분이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호탕하고 사내 같은 면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순박한 시골 처녀 같은 분이었습니다.

우리 집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친구 집에서 처음 라면을 먹어보고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졸랐을 때, 어머니는 다음 시험에서 1등을 하면 사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정말 1등을 했고, 어머니는 약속대로 라면 세 봉지를 사오셨습니다. 여섯 식구가 먹기에는 부족했기에 어머니는 거기에 칼국수를 넣어 양을 늘렸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그날을 가난했던 날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행복했던 날로 기억합니다.

없는 형편에서도 방법을 찾아 여섯 식구를 먹였던 어머니. 어쩌면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중요한 것을 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없다고 주저앉지 말자.
부족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제 인생을 돌아보면 이 두 가지 성격이 함께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버티는 힘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1990년 처음 불가리아에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혼란 속에서 물자가 부족했던 불가리아를 보았고,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그만둔 뒤 다시 혼자 소피아로 향했습니다.

그때 저는 몰랐습니다.

그 선택 뒤에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보며 배웠던 삶의 방식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부모님에게서 받은 가장 큰 유산을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버지에게서는 버티는 힘을, 어머니에게서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길을 찾아가는 힘을 배웠습니다.

그리고,어쩌면 부모가 자식에게 남기는 가장 큰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