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 박 종 태
새벽 안개는
세상을 지우려 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쉬게 하러 온다.
밤새 상처 입은 들판을 감싸고,
말없이 떨던 나뭇잎을 안아 주며,
서두르지 말라고
하늘의 숨결을 내려놓는다.
길은 보이지 않아도
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햇살은 늦지 않고 찾아오고,
안개는 한 걸음씩
빛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어도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잠시 안개가
빛보다 먼저 와 있을 뿐.
오늘도 새벽은
아무 말 없이 가르쳐 준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
아침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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