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에서 박종태
봄은
언제나 꽃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속에 찾아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래도록 겨울을 견디던 나무는
아무 말 없이
한 계절의 침묵을 꽃으로 번역한다.
그래서일까.
벚꽃은 피어 있는 동안보다
흩날릴 때 더욱 아름답다.
붙잡을 수 없기에 더 선명하고,
떠나가는 순간에야
비로소 우리 안에 머무는 이름.
꽃잎 하나가 어깨 위에 내려앉는 일은
우연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들이 건네는
가장 조용한 인사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랑도,
젊음도,
눈물도 그러했다.
한때는 영원일 것 같았지만
바람 한 번에
하얀 기억이 되어
먼 하늘로 흩어져 갔다.
그러나 벚꽃은
사라지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떠난 자리에도
다시 피어날 계절이 있다는 것을,
빈 가지가 끝내 절망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찬란한 순간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조용히 믿게 할 뿐이다.
오늘도 꽃은 진다.
하지만
지는 것이 끝이라면
봄은 해마다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흩날리는 꽃잎 하나를 바라보며
문득 알게 된다.
인생은 오래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해마다 다시 봄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